온톨로지 이야기 #1 — 분명히 있는데, 검색하면 안 나와요
밤에 침대에 누워 당근마켓을 뒤져본 적이 있어요. 이사하면서 믹서기를 하나 장만하려던 참이었는데, 한참을 스크롤해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다음 날 우연히 알게 됐어요. 우리 동네에 거의 새것인 물건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는 걸요. 제목이 "블렌더"였어요.
저는 "믹서기"라고 검색했고, 파는 분은 "블렌더"라고 적었어요. 두 사람 다 같은 물건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색창은 우리를 이어주지 못했어요. 물건은 있었어요. 다만 서로 다른 이름 뒤에 숨어 있었을 뿐이에요.

사진첩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요. "작년 제주도에서 아버지랑 찍은 사진 어디 있지?" 하고 찾기 시작하면, 결국 엄지손가락으로 몇천 장을 거슬러 올라가게 돼요. 그 사진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찍은 것인지 저는 다 알아요. 그런데 사진첩은 몰라요. 제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사진첩 안에는 적혀 있지 않으니까요.

회사에서는 이 일이 좀 더 비싸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팀마다 같은 프로젝트를 다르게 불러요. 어떤 팀은 줄임말로, 어떤 팀은 정식 명칭으로, 보고서에는 또 다른 이름으로요. 오래 다닌 사람은 셋이 같은 것임을 알아요. 새로 온 동료는 몰라요. 검색해도 절반만 나와요. 그 동료가 눈치로 알아채기까지, 회사의 지식은 반쯤 잠겨 있는 셈이에요.

세 장면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물건도, 사진도, 프로젝트도 전부 있었어요. 없어서 못 찾은 게 아니에요. 아는 것과 적힌 것 사이에 틈이 있었을 뿐이에요. 믹서기와 블렌더가 같다는 건 제 머릿속에만 있었어요. 사진의 사연도, 프로젝트 이름 세 개가 하나라는 사실도요. 컴퓨터는 글자만 봐요. 글자 뒤에 있는 "같은 것"은 사람 머릿속에만 살아요.

이렇게 알고는 있는데 밖에 적히지 않은 지식을, 오래 연구한 사람들은 암묵지라고 불러요. 이 글에서 새로 기억하실 단어는 몇 개 안 되는데, 그 첫 번째가 이거예요.

사실은 이 틈이 요즘 부쩍 자주 이야기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로 미뤄둘게요. 그 전에 먼저 보여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거든요. 여러분이 이미 평생 써온, 아주 잘 만들어진 지식의 그림 한 장이에요. 명절마다 봤던 그 그림이요.

여러분은 이미 온톨로지를 하나 갖고 계세요

명절에 친척이 모이면 꼭 한 번은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저분은 뭐라고 불러야 해?" 아이가 물으면 어른들도 잠깐 멈칫해요. 그러다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그림 한 장을 찾아서 보여줘요. 가족호칭도예요.

이 그림을 잠깐 뜯어볼게요.
동그라미마다 사람이 아니라 자리가 적혀 있어요. "이모"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어머니의 여동생이라는 자리예요. 그리고 동그라미 사이에는 선이 있어요. 선에는 방향과 뜻이 있어요. "어머니의 여동생", "아버지의 형". 그림 전체는 이런 한 문장들의 모음이에요. "어머니의 여동생은 이모다", "이모의 남편은 이모부다" 같은 문장들이요.
이 그림이 좋은 이유는 분명해요. 아무나 펼쳐도 같은 답이 나와요. 우리 집에서도, 옆집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끼리도요. 호칭에 대한 지식이 어른들 머릿속에만 있지 않고 그림 밖으로 나와 있으니까요. 앞서 쓴 말로 하면, 암묵지가 밖에 적힌 상태예요.
그리고 사실은, 이런 그림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어요. 온톨로지예요.
거창한 정의부터 시작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이렇게만 기억하셔도 충분해요. 우리가 쓰는 개념들에 자리를 정해주고, 그 사이의 관계를 선으로 그어 모두가 합의한 그림. 여러분은 온톨로지를 처음 배우는 게 아니라, 평생 하나를 써오셨던 거예요.
이왕 실물을 봤으니 이름표 세 개만 붙여볼게요.

동그라미처럼 이어지는 대상 하나하나를 노드라고 불러요. 노드와 노드를 잇는 선은 엣지예요. 그리고 "어머니 – 의 여동생은 – 이모" 처럼 노드 두 개와 선 하나로 만들어지는 최소 단위의 문장을 트리플이라고 해요. 셋 다 방금 그림에서 본 것들의 이름일 뿐이에요. 외울 필요 없이, 그림을 떠올리면 돼요.
마지막으로 구분 하나만 하고 마칠게요.
가족호칭도는 규칙을 그린 그림이에요. "어머니의 여동생은 이모"라는 규칙에는 우리 이모 성함이 안 나와요. 그런데 제 머릿속에는 실제 우리 가족이 이 규칙대로 연결되어 있어요. 어머니 자리에 실제 어머니가, 이모 자리에 실제 이모가요.
규칙 그림이 설계도라면, 실제 사람들로 채워진 쪽은 그 설계도로 지은 건물이에요. 설계도 쪽을 온톨로지라고 부르고, 건물 쪽은 지식 그래프라고 불러요. 지식 그래프는 앞으로 자주 나올 테니, 지금은 설계도와 건물이라는 짝만 기억하시면 돼요.
정리할게요. 찾지 못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이름 사이의 다리였고, 온톨로지는 낯선 신기술이 아니라 가족호칭도처럼 그 다리를 미리 그려 합의해 둔 그림이에요. 다음 글에서는 왜 하필 지금, AI 시대에 이 오래된 그림이 갑자기 중요해졌는지를 이야기해요. 미리 말씀드리면, AI가 아주 그럴듯하게 틀리기 때문이에요.
AI 에이전트를 직접 굴리며 깨진 것들을 기록해요. 월요일과 목요일에 보내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