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신했어’를 제일 많이 쳤어요 — 제가 알림 노릇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혹시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겨 두고, 다 됐는지 확인하러 다시 들어가 본 적 있으세요. 저는 그걸 62일 동안 124번 했더라고요. 정확히는 "회신했어"라는 말을 124번 쳤어요.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감독
최근에 제 에이전트 사용 기록을 처음으로 집계해 봤어요. 두 달 치, 62일이요. 자동으로 뜬 세션을 걸러 내고 제가 직접 친 말만 남기니 1,693건이었어요. 그중 절반 가까이가 스무 자를 넘지 않았어요. 지시라기보다 짧은 추임새에 가까웠어요.
가장 많이 반복한 말을 줄 세우다가 손이 멈췄어요. 세션을 마감하는 명령 바로 다음 자리에 "회신했어"가 있었어요. 124번, 세션 60개에 걸쳐서요.
사정은 이래요. 검토가 필요한 일을 맡기면 에이전트가 검토할 문서를 페이지로 올려 두게 해 뒀어요. 저는 시간 날 때 그걸 읽고 답을 달아요. 여기까지는 잘 돌아갔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문서를 올린 세션은 거기서 자기 차례를 끝내고 멈춰요. 제가 답을 달아도 그 사실을 모르는 채로요. 그래서 저는 답을 단 뒤에 그 세션 창을 다시 찾아가 "회신했어"라고 쳤어요. 그래야 깨어나서 제 답을 읽었거든요.
촬영장으로 옮기면 이런 장면이에요. 모니터 앞에서 컷과 오케이를 내야 할 감독이 배우 대기실을 하나씩 돌며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다음 장면 들어갑니다, 하고요. 그 일을 맡을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 없어서 감독이 했어요. 124번이나요.
왜 몰랐을까
이상한 건 제가 이걸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한 번에 드는 수고는 거의 없었어요. 네 글자 치고 엔터. 그게 두 달 동안 쌓여 있었는데 하나씩 보면 너무 작아서 일로 보이지 않았어요.
기록에는 제가 친 말의 42.5퍼센트가 밤 10시에서 아침 6시 사이에 있었어요. 그 가운데 몇 번이 문 두드리기였는지까지는 가르지 않았어요. 그래도 판단하려고 앉아 있던 시간의 일부를 알림 장치 노릇에 썼다는 건 분명해요.
비슷하게 짧은 말이 하나 더 있었어요. "승인", "진행해", 선택지 번호 "1" 같은 말이 105번, 세션 52개에서 나왔어요. 길이로는 "회신했어"와 구별이 안 돼요. 둘 다 몇 글자짜리고 둘 다 엔터 한 번으로 끝나요. 그런데 하는 일이 달랐어요. 승인은 에이전트가 내놓은 안을 보고 제가 오케이를 내는 말이에요. 감독 자리에서 하는 말이죠. "회신했어"에는 판단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어요. 답은 이미 페이지에 달려 있었고, 저는 그 사실을 전하러 다녔을 뿐이에요.
두 말이 기록 안에서 나란히 서 있는 걸 보고 나서야 구분이 됐어요. 짧은 말이라고 다 같은 짧은 말이 아니었던 거예요.
사실은 자동으로 깨워 주는 장치가 하나 있긴 했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뭔가를 입력할 때만 돌았어요.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야 일하는 알림이었던 거예요. 결국 그 알림을 부르는 일까지 제 몫이었고요.
기다리는 쪽을 바꿨어요
고친 방법은 소박해요. 문서를 올린 세션이 그냥 멈추지 않고, 뒤에서 답을 기다리는 명령을 하나 걸어 두게 했어요. 새 답이 달리는 순간 그 명령이 끝나고 세션이 다시 불려 와요. 감독이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배우가 큐 사인을 듣고 나오는 구조예요.
첫 판은 틀렸어요. 기다리기 시작한 시각을 기준으로 새 답을 가렸더니, 같은 문서를 다시 올렸을 때 지난번 답에 깨어나거나 올리자마자 달린 답을 놓쳤어요. Codex에게 독립 검증을 맡겼더니 그 구멍을 재현해서 보여 줬어요. 지금은 문서를 올린 시각을 기준으로 가려요.
효과는 아직 몰라요. 이 구조가 실제로 세션을 다시 불러오는지도 써 보면서 확인할 일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기준선만 적어 뒀어요. 62일에 124번. 다음 집계에서 이 숫자가 얼마나 내려가는지가 답이 될 거예요.
네 글자짜리 일
이번에 배운 건 하나예요. 내가 되풀이해 치는 짧은 말은 대개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 하고 있다는 표시예요. 오래 고민한 결정은 기억에 남지만, 네 글자짜리 일은 남지 않아요. 그래서 세어 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에이전트에게 맡긴 일이 늘었는데 손은 여전히 바쁘다면, 요즘 가장 자주 치는 짧은 말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세요. 거기에 내가 맡지 않아도 될 일이 숨어 있어요. 감독이 문을 두드리러 다니는 동안에는 아무도 오케이를 내지 않아요.
이것 저것 AI와 사는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목요일마다 보내드리고, 그 사이에 나눌 이야기가 생기면 한 번 더 찾아뵐게요.
